[고사성어]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고사성어 근묵자흑은 중국 고대 서진(西晉)의 문신 부현(傅玄)이 편찬한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 등장한 구절에서 유래했다. 近朱者赤 近墨者黑 聲和則響淸 形正則影直 “붉은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소리가 고르면 메아리도 맑고, 형체가 바르면 그림자도 곧다.”는 의미로 주변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좋은 환경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나쁜 환경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
같은 문장에 등장하는 "근주자적 近朱者赤)은 붉은 주사 (朱砂)를 가까이하면 붉어진다는 뜻으로,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근묵자흑은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하는 의미고, 근주자적은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고사성어도 있는데, “꾸불꾸불한 쑥[蓬]도 곧은 삼밭[麻])에서 자라면 삼처러 자연스럽게 곧게 자란다.”는 의미로 좋은 환경 속에서는 저절로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봉생마중불부직(蓬生麻中不扶直)은『荀子(순자)』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말로굽어지기 쉬운 쑥대도 삼밭 속에서 자라면 부축해 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진다. |
들어가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 삶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동양의 지혜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오늘은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고사성어를 통해 우리 주변 환경과 사람들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근묵자흑의 의미와 교훈
'근묵자흑(近墨者黑)'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먹'은 동양에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검은 먹을 의미한다. 이 고사성어는 나쁜 사람이나 환경과 가까이 지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아 나쁜 습관이나 행동에 물들기 쉽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근묵자흑의 교훈은 단순히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선다. 이 고사성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환경의 영향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1. 인간관계의 중요성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좋은 습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 그러한 태도가 자신에게도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동조 현상' 또는 '또래 압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며,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2. 환경의 힘
근묵자흑은 단순히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전체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 문화, 일상적 공간 모두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리가 잘 된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리정돈의 습관을 들이게 되고, 창의적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 혁신적인 사고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3. 자기 인식의 필요성
근묵자흑의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우리 모두는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이지만, 그 영향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나 관계를 식별하고,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거나 변화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자기 성찰과 지속적인 자기 평가를 통해 가능해진다.
근묵자흑의 현대적 적용
고대의 지혜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근묵자흑의 교훈을 현대적 맥락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을 살펴보자.
1. 디지털 환경과 소셜 미디어
현대인들은 상당한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우리가 팔로우하는 계정, 구독하는 콘텐츠,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모두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이고 유익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과 편향되고 부정적인 콘텐츠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우리의 디지털 환경을 의식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직장 문화
우리가 일하는 환경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우리의 직업적 태도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열정적이고 협력적인 팀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신도 그러한 특성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불만과 소극적 태도가 만연한 환경에서는 가장 긍정적인 사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이는 근묵자흑의 원리가 직장 환경에서도 작용함을 보여준다.
3. 자기 계발과 성장
우리가 읽는 책, 듣는 음악, 보는 영화, 참여하는 활동 등은 모두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성장 지향적인 콘텐츠와 활동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자기 계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근묵자흑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좋은 것'을 가까이하면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묵자흑을 넘어서: 주체적 선택의 중요성
근묵자흑의 교훈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는 단순히 환경의 피동적 수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환경을 선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적 존재다.
1. 의식적인 환경 선택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과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에 부합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거나, 성장을 촉진하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2. 내적 가치관의 확립
견고한 내적 가치관을 발전시키는 것은 외부 영향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중요한 방어 기제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균형 잡힌 시각 유지하기
때로는 도전적인 환경이나 다양한 관점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도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항상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만 선택한다면 우리의 사고는 제한될 수 있다.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며
근묵자흑(近墨者黑)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다. 우리가 누구와 함께하고,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가는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고사성어는 우리에게 주변 환경과 관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의식적인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면서도, 그 환경을 선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 주체다.
결국 근묵자흑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자신의 환경을 더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오늘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한번 돌아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근묵자흑의 지혜는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적 지침이 될 수 있다. 좋은 영향력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시작해보자.
<추가설명> 스승 부현 (傅玄)이 태자에게 강의한 내용
서진(西晉)의 대신인 부현은 품행과 학문이 뛰어난 사람으로, 정직하고 황제의 존경을 많이 받아 태자의 스승인 태자소부)太子少傅)로 초빙되었다.
황태자 저택에는 궁녀와 내시, 그리고 태자를 위해 일하는 많은 관리들이 있다. 저택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태자의 환심을 사고 아첨을 하며 태자와 함께 놀았다. 태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배우기 어려웠고, 태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품격은 높지 않았다. 그래서 부현이 걱정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태자에게 강의하면서
“앞으로 좋은 황제가 되려면 인품이 반듯한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하옵니다. 비유를 드리자면, 어떤 사물이 자주 주사에 가까워지면 붉게 물들고, 먹에 가까워지면 검게 물들게 됩니다.
그래서 태자께옵서 자신에게 엄격한 요구를 해야 하고,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이 배우고, 올바른 인재들이 주위에 모이게 됩니다. 그래서 소리가 맑으면 메아리가 반드시 아름답고, 자신이 똑바로 서면 그림자가 반드시 바르게 됩니다.
태자께옵서 성인 군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면, 덕의에 부합하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고, 하시는 행동이 점차 규범과 기준에 부합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태자께옵서 소인이나 나쁜 사람과 더 가까워진다면, 그것은 마치 건어물 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이옵니다. 건어물 가게에 오래 있으면 난초의 향기를 맡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那就譬如進入賣鮑魚的店一樣, 時間久了, 你就聞不到蘭花的芳香了
이 말을 황제가 듣고, 매우 좋다고 생각하여 병풍에 써서 태자의 방에 두고 매일 한 번씩 읽게 하여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 부르라고 명령했다. 여기에서 마지막 잠(箴)은 바로 잠언(箴言)에 사용되는 말인데, '잠언'은 고대 중국의 문헌인 '잠(箴)'에서 온 것으로, 침(鍼)과 같은 뜻이다. '바늘로 찌르는 말씀'이라는 뜻이다. 흔히 "항상 명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말"로 풀이한다.